2017년 10월 31일 화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스크랩


뭔가를 비난한다는 것, 엄격하게 비평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텍스트는 온갖 비평에 열려 있는 것이고, 또 열려 있어야 한다. 다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뭔가에 대한 네거티브한 방향의 계몽은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사물을,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시켜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그런 부정에는 보다 크고 따뜻한 포지티브한 '보상'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뒷받침이 없는 네거티브한 연속적인 언동은, 즉효성이 있는 주사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일단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내게도 작가나 작품에 대한 기호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 대한 기호도 있다. 하지만 그 옛날에 들었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강의를 상기할 적마다 '역시 남에 대한 험담은 쓰지 말자.' 하고 절실히 생각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건 좋습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와 똑같이 생각하고, 재미있다고 기뻐해주는 사람을 비록 소수라도 괜찮으니 발견하고 싶다. 이것은 와세다 대학 문학부가 내게 준 몇 안되는 산 교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 즉흥적 사회에서 그런 유유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살다 보면, 때때로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보다는 목청을 높여서 통렬하게 누군가를 매도하는 쪽이 훨씬 더 스마트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작가보다는 비평가 쪽이 똑똑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설령 개별 작가가 때로는 어리석게 보인다 하더라도(또 실제로 어리석다 하더라도), 무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얼마나 손이 가는 괴로운 작업인지를 몸소 경험하여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한마디로 "저 녀석은 쓰레기다, 이건 허섭스레기다." 라고 매도해서 끝내버리는 일은 할 수 없다. 작품이 좋은 싫든간에. 이것은 작가로서의 내 생활 태도의 문제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존엄의 문제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비밀의 숲 85, 86 페이지에서

댓글 없음:

댓글 쓰기